심신이원론과 심신일원론
- 박학다식
- 2021. 3. 16.
정신적 사건과 물질적 사건은 구분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입니다. 이러한 상식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도 구분되는 것으로 보게 됩니다. 하지만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 또한 우리의 상식입니다.
위가 텅 비어 있으면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는 현상, 두려움을 느끼면 가슴이 더 빨리 뛰는 현상 등이 그런 예입니다. 문제는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의 이질성과 관련성이라는 두 가지 상식을 조화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이 서로 다른 종류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론, 곧 심신 이원론은 그 두 종류의 사건이 관련되어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합니다.
먼저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이 서로에게 인과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상호 작용론이 있습니다. 이는 위가 텅 비었다는 육체적 사건이 원인이 되어 고통을 느낀다는 정신적 사건이 결과로 일어나고, 두려움이라는 정신적 사건이 원인이 되어 가슴이 더 빨리 뛰는 육체적 사건이 결과로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서양 근세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정신이 어떻게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육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에 비해 평행론은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 사이에는 어떤 인과 관계도 성립하지 않으며, 정신적 사건은 정신적 사건대로, 육체적 사건은 육체적 사건대로 인과 관계가 성립한다고 주장하는 이원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이 상호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어떤 정신적 사건이 일어날 때 거기에 해당하는 육체적 사건도 평행하게 항상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의 모든 사건은 다른 물질적 사건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다는 생각, 즉 물질적 사건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서 물질세계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근대 과학의 기본 전제입니다. 평행론은 이 전제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종류의 사건들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부수 현상론은 모든 정신적 사건은 육체적 사건에 의해서 일어나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두 가지 상식 사이의 조화를 설명하려는 이원론입니다. 이에 따르면 육체적 사건은 정신적 사건을 일으키고 또 다른 육체적 사건의 원인도 됩니다. 하지만 정신적 사건이든 육체적 사건이든 어떠한 사건에도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정신적 사건이 아무 일도 못하면서 따라 나올 뿐이라는 주장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정신적 사건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을 구분하면서 그 둘이 관련이 있음을 설명하려는 이론들은 모두 각자의 문제점에 봉착합니다. 그래서 정신적 사건과 육체적 사건은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두 사건이 문제 그대로 동일한 사건이라는 동일론, 곧 심신 일원론이 제기됩니다. 과학의 발달로 그동안 정신적 사건이라고 알려졌던 것이 사실은 육체적 사건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인과 관계는 오로지 물질적 사건들 사이에서만 존재한다고 보게 된 것입니다..
본문 속 단어
◇ 이원론 : 대상을 깊게 연구함에 있어서 서로 대립되는 두 개의 원리나 원인으로써 사물을 설명하려는 태도입니다.
◇ 인과 : 원인과 결과입니다.
◇ 상호작용 : 서로 원인과 결과가 되는 작용입니다.
◇ 성립 : 일이나 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 봉착 : 어려운 처지나 상태에 맞닥뜨리는 것입니다.
◇ 인과 관계 : 원인과 결과가 되는 관계입니다.
◇ 근세 : 중세와 현대의 사이입니다.
◇ 전제 : 결론의 기초나 근거가 되는 판단입니다.
◇ 별개 : 연관성이 없이 서로 다른 것입니다.
◇ 불과하다 : 지나지 않다는 것입니다.
심신 이원론
철학적으로는 데카르트에서 유래한 사유와 연장의 실체적 구별의 관점에서 현상을 받아들이는 견해입니다. 정신과 신체는 각각 독립된 실체라고 하는 사고방식입니다.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심신 이원론적 사고방식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신을 중시하고, 신체를 경시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심신 일원론
정신과 신체는 원래 하나로 작용하는 주체의 양면이며, 이것을 두 개의 실체로 갈라놓고 그것을 통합해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구체적인 인간은 심신이 일체적, 일원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즉 철학적 사고와 생물학적 사고의 일치점에 논리의 근거를 두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