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사회론(헤겔, 뒤르켐)

사회 이론은 사회 구조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이론들을 통칭합니다. 사회 이론은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면서도 연구 대상뿐 아니라 이론 자체가 사회 상황이나 역사적 조건에 긴밀히 연관된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19세기의 시민 사회론을 이야기할 때 그 시대를 함께 살펴보게 되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시민 사회라는 용어는 17세기에 등장했지만, 19세기 초에 이를 국가와 구분하여 개념적으로 정교화한 인물이 헤겔입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유럽의 후진국인 프러시아에는 절대주의 시대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산업 자본주의도 미성숙했던 때여서, 산업화를 추진하고 자본가들을 육성하며 심각한 빈부 격차나 계급 갈등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있었습니다. 그는 사익의 극대화가 국부를 증대해 준다는 점에서 공리주의를 긍정했으나, 그것이 시민 사회 내에서 개인들의 무한한 사익 추구가 일으키는 빈부 격차나 계급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시민 사회가 개인들의 사적 욕구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생활 영역이자 그 욕구를 사회적 의존 관계 속에서 추구하게 하는 공동체적 윤리성의 영역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시민 사회 내에서 사익 조정과 공익 실현에 기여하는 직업 단체와 복지 및 치안 문제를 해결하는 복지행정 조직의 역할을 설정하면서, 이 두 기구가 시민 사회를 이상적인 국가로 이끌 연결 고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빈곤과 계급 갈등은 시민 사회 내에서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는 국가를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적 질서를 확립할 최종 주체로 설정하면서 시민 사회가 국가에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프랑스 사회는 혁명을 이끌었던 계몽주의자들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사회는 사익을 추구하는 파편화된 개인들의 각축장이 되어 있었고 빈부 격차와 계급 갈등은 격화된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 단체와 고용주 단체 모두를 불법으로 규정한 르 샤폴리에 법이 1791년부터 약 90년간 시행되었으나, 이 법은 분출되는 사익의 추구를 억제하지도 못 하면서 오히려 프랑스 시민 사회를 극도로 위축시켰습니다. 뒤르켐은 이러한 상황을 아노미, 곧 무규범 상태로 파악하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표방하는 공리주의가 사실은 개인의 이기심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아노미를 조장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사익을 조정하고 공익과 공동체적 연대를 실현할 도덕적 개인주의의 규범에 주목하면서, 이를 수행할 주체로서 직업 단체의 역할을 강조하였습니다.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헤겔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뒤르켐은 직업 단체가 정치적 중간 집단으로서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국가에 전달하는 한편 국가를 견제해야 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헤겔과 뒤르켐은 시민 사회를 배경으로 직업 단체의 역할과 기능을 연구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직업 단체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두 학자의 시민 사회론이 철저하게 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의 이론은 과학적 연구로서 객관적으로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이론이 갖는 객관적 속성은 그 이론이 마주 선 현실의 문제 상황이나 이론가의 주관적인 문제의식으로부터 근복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입니다. 

 

 

본문 속 단어

 

▷ 사회적 상호작용 :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람, 집단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입니다.

▷ 통칭 : 통틀어 가리키는 것입니다. 

▷ 연관 : 일정한 관계를 맺는 일입니다.

▷ 정교화 : 정확하고 치밀하게 하는 것입니다. 

▷ 후진국 : 산업, 경제, 문화 따위의 발전 수준이 기준보다 뒤떨어진 나라입니다. 

▷ 프러시아 : 프로이센이라고도 하는데 19세기 독일 연방에 속한 작은 나라로, 이후 독일을 통일하였습니다. 

▷ 절대주의 시대 : 왕에게 절대적인 권력이 있었던 시대입니다. 

▷ 잔재 : 찌꺼기입니다.

▷ 육성 : 길러 자라게 하는 것입니다. 

▷ 사익 : 개인의 이익입니다. 

▷ 국부 : 국가의 경제력입니다. 

▷ 증대 : 양이 많아지거나 규모가 커지는 것입니다. 

▷ 무한 : 제한이나 한계가 없는 것입니다. 

▷ 추구 : 목적을 이룰 때까지 뒤좇아 구하는 것입니다. 

▷ 사적 : 개인에 관계된 것입니다. 

▷ 공익 : 사회 전체의 이익입니다. 

▷ 치안 :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리는 것입니다. 

▷ 근원적 : 근본이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 계몽주의 : 16~18세기에 유럽에서 일어난 사상으로 지식을 가르치고 깨우쳐서 인간 생활의 개선을 꾀하려 하였습니다. 

▷ 파편화 : 깨어져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지는 것입니다. 

▷ 각축장 : 서로 이기려고 다투거나 경쟁을 하는 곳입니다. 

▷ 격화 : 기세가 몹시 사납고 세차게 되는 것입니다. 

▷ 분출 : 밖으로 터뜨리는 것입니다. 

▷ 위축 : 어떤 힘에 눌려서 기세를 펴지 못하는 것입니다. 

▷ 표방 : 주장을 앞에 내세우는 것입니다. 

▷ 전제 :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을 이루기 위해여 먼저 내세우는 것입니다. 

▷ 조장 :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기는 것입니다. 

▷ 연대 : 한 덩어리로 서로 굳게 뭉치는 것입니다. 

▷ 견제 : 경쟁 대상이 세력을 가지거나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도록 억누르는 것입니다. 

산물 : 어떤 것에 의하여 생겨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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