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왜장수 김충선

여러분은 '김충선'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오늘은 임진왜란 항왜장수인 김충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내 일찍이 조선이 예의의 나라라는 것을 듣고 오랫동안 조선의 문물을 사모하면서 한번 와서 보기가 소원이었고, 이 나라의 교화에 젖고 싶은 한결같은 나의 사모와 동경의 정은 잠시도 내 마음을 떠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사야카(김충선) <효유서>

 

위 글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 제2군 가토 기요마사(가등청정)의 선봉장 사야카가 경상도 병마절도사 박진에게 투항을 하며 보낸 '효유서'입니다. 사야카는 동래성에 상륙한 뒤 박진에게 투항을 하고 일본에 맞서 싸운 인물로서 항왜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진왜란 초기 조선은 항왜에 대하여 진살정책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항왜들이 어떠한 이유와 목적으로 투항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야카는 자신의 부대원 3000여 명을 데리고 투항하였으므로 이들을 모두 죽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사야카는 진살 정책에 당하지 않고 조선군에서 활약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당시 일본에는 조총을 직접 제조하고, 조총 사격에 능한 철포부대가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총포 부대는 '사이카'라고 불리는 철포 부대였습니다. 사야카는 바로 이 사이카 부대의 일원이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사야카'라고 부르는 인물의 본명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사이카 부대원으로 추측하여 그 이름을 따 사야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일본 전역에 맹위를 떨치던 최강의 철포 부대인 사이카 부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반(反) 히데요시 세력의 영주와 친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사야카는 임진왜란 당시 카토 기요마사의 부대에 편입하게 됩니다. 반(反) 히데요시 세력이었던 사야카가 가토 기요마사 밑에서 전쟁에 참여하였던 이유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쟁에 참여하는 장수들의 가족을 인질로 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반(反) 히데요시 성향의 장수들이 같은 이유로 명분 없는 전쟁에 참여해야만 했습니다. 

 

사야카는 대부분의 일본 장수들과는 다르게 학문과 유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효유서'에서 볼 수 있듯이 학문을 동경하고, 유학을 숭상하는 장수였습니다. 그렇기에 명분 없는 전쟁에 반대를 하였고 조선으로 출병하기 이전에 이미 투항을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야카는 조선으로 투항한 후 무려 79회나 전투에 참전합니다. 투항 직후 의병들과 함께 경주, 영천, 울산 등지의 전투에 참전하여 많은 공을 세웠습니다. 조선정부는 이러한 사야카의 공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당시 조선의 임금이었던 선조는 사야카에게 성(姓)과 이름을 하사했습니다. 사야카의 사는 '모래 사(沙)'로 쓰였기에 '바다를 건너서 모래를 걸러 금을 얻었다.'라는 뜻으로 김해 김(金)씨를 하사하고 충성스럽고 착하다는 뜻의 '충선(忠善)이라는 이름을 하사했습니다.

 

김충선은 직접적인 전투뿐만 아니라 사이카 부대에서 활동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조선의 조총제작에 큰 기여를 하여, 사격을 지도하는 등 조선의 조총부대 양성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또한 22세에 선봉장이 될 정도로 뛰어난 자질을 가졌던 김충선은 권율, 이순신, 곽재우, 김덕령과 같은 주요 장수들과의 교류를 하며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었습니다. 김충선과 같은 항왜는 무려 1만여 명에 달하였는데 이는 조선을 침략한 1차 부대가 15만 명임을 생각할 때, 엄청난 숫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조총 제작, 일본의 검술 전파 등 자신들의 장기에 따라 배치되어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항왜들의 활약을 임진왜란 극복의 원인에서 빼놓아서는 안 됩니다.

 

임진왜란 이후, 김충선은 북쪽 변방 수비를 자처하여 10년간 외적의 침입을 막았으며 이후 갑자년에 일어난 이괄의 난과 병자호란에서 큰 공을 세워 임, 갑, 병(壬甲丙) 3 난(亂) 공신으로 불렸습니다. 병자호란 당시의 김충선의 나이가 66세인 것을 감안하면 김충선을 죽을 때까지 완전한 조선인으로 충성을 다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본문 속 단어

 

▷ 사모 : 애틋하게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것, 우러러 받들고 마음속 깊이 따르는 것입니다. 

▷ 동경 : 어떤 것을 간절히 그리워하여 그것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 선봉장 : 전쟁에 참가하는 부대 중 제일 앞의 부대를 지휘하는 장수입니다. 

▷ 항왜 : 조선에 투항한 일본인, 항복한 왜군입니다. 

▷ 투항 : 적에게 항복하는 것입니다. 

▷ 효유 : 깨달아 알아듣도록 타이르는 것입니다. 

▷ 진살정책 : 모두 다 죽이는 정책입니다.

▷ 철포 : 대포나 소총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 조총 : 화승총을 이르는 말로 화약통과 연결 노끈(화승)에 불을 붙여 화약을 폭발시켜 탄알이 나가게 하는 총을 말합니다. 

▷ 맹위 : 사나운 기세입니다.

▷ 편입 : 이미 짜인 한 무리에 끼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 승상 : 높여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 탈환 : 빼앗겼던 것을 다시 빼앗는 것입니다. 

▷ 참살 : 칼로 목을 베어 죽이는 것입니다. 

▷ 혁혁하다 : 공로나 업적 따위가 뚜렷한 것입니다. 

▷ 공신 : 나라에 공로가 있는 신하입니다. 

자처 : 자기를 어떤 사람으로 여겨 그렇게 처신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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